내 마음이 예전보다 약해진 것이었으면 좋겠다.
요즘은 예전보다 기사의 제목만 읽어도 가슴아픈 내용들이 많다. 누군가의 현대판 노예 생활, 어떤이가 당한 근친상간, 오랜기간 학대하던 남편을 살해한 부인과 그 딸의 법정 이야기, 가장의 힘든 나날들과 같은 개인사, 쌍용자동차 이야기...심지어 영화 리뷰 기사들조차 가슴아프게 만들고, 부조리한 현상들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지난 주말, 케이블에서 비스티 보이즈를 한 시간 정도 보다가 더 이상 볼 수 없어서 티비를 꺼버렸다. 멀쩡한 집의 아들내미가 본인 의지와는 다르게 이상한 곳에 들어가서 헤매고, 깊숙하게 상처받는 모습이 왠일인지 너무 깊숙히 다가와서 티비를 끄고 억지로 잠을 청할 수 밖에 없었다. 사실 영화라는 극적인 요소를 배제하면, 누구나 그렇지 않은가. 원하지 않는 분야에서 돈을 벌기 위해서 직장을 다니고, 상사라는 이유로 함부로 대접 받는 부당함에 말을 꺼내지도 못하고, 그냥 하루하루 왜 이런가라고 하면서 쉬는 것.이런 부분이 내게 와닿았고, 윤계상과 같이 상처 받았던 것 같다.
신문의 기사에서는 '두개의 문' 이라는 영화의 흥행을 알리는 기사가 그러했다. 용산에서 벌어졌던 끔찍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있는 자료들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보여준다고 하는데, 영화 리뷰를 읽는 그 순간에도 나는 끊임없이 티비에서 봤던 그 화면들을 떠올리고 있었고, 아비규환의 이미지들을 뇌 속에서 꺼내고 있었다. 리뷰 기사를 다 읽고 나니 나는 지쳐있는 상태 그 자체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슴이 오그라드는 아픔은 K-league의 부산 아이파크의 젊은 수비수가 자살을 대하는 연맹과 어떤 선수의 대응에서 받게 되었다. '하필이면' 그 날은 2002년 멤버와 리그 올스타간의 경기가 벌어지는 '축제' 날이었다. K-League의 공식 트위터는 오늘은 '축제' 날이기 때문에 조의를 표할 수 없어서 죄송하다는 말을 타임라인에 올렸으며, 단국대 재직중인 한 축구선수는 자살한 그 선수를 굳이 기릴 필요는 없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었다. 그리고 현재까지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젊고 유망했던 그 선수의 죽음에 관하여 어떠한 말도 내보내고 있지 않다. 소속되어 있던 단체에서조차 철저하게 버림받은, 미래의 동료에게 경원시 당한 그 죽음은 내게 분노를 넘어서는 슬픔을 느끼게 해줬다.
현상에 대해 느끼게 되는 이런 감정이 부르주아적인 감정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요즘 종종 하게 된다. 경제적으로 윤택한 환경에서 자라 인생에서 큰 어려움 없이 자랐기에 나와는 다른 세상이라고 느껴지는 상황들을 철저히 타자화하여 1차원적으로 느끼고 버리는게 아닌가..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세상에 힘든 사람은 너무 많고, 그 사람들에 대한 기사는 때론 처다보기도 너무 힘들다. 힘들다고 없애는 것은 뇌가 없는 쥐나 문어가 하는 짓이고, 고쳐 나가게 노력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가슴이 아프고, 정신적으로 지치게 만드는 이런 일들은 제발 사라졌으면 좋겠다.
故 정민형 선수의 명복을 빕니다.
용산 참사의 희생자들, 그들의 가족들, 쌍용 자동차로 인해 피해받은 모든 분들이 행복해 지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