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FC 페이스북 이미지인데..용량도 문제없을텐데 너무 화질을 떨궈나서 자글자글하다;;)
경남FC의 팬 입장에서는 아쉬운 경기가 아니었을까 한다.
첫 경기였던 성남FC와의 승리 후 3일만에 벌어진 산둥 루넝과의 경기였는데, 2골이라는 기쁨을 맛봤지만 2실점이라는 아쉬움을 남겼으니..
그래도 정말 대단했다. 조던 머치와 네게바, 룩, 쿠니모토가 수준급임을 다시 한 번 증명했고, 김승준도 유니폼을 산 팬들에게 마킹의 고민을 안겨줄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을 이번 경기에서 보여줬으니 말이다.
0, 오늘 경기 총평
펠레와 펠라이니가 유명한 산둥 루넝이지만, 브라질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의 지우와 하오준민을 포함한 중국 국대가 다수 있는 팀이기도 하다. 산둥 루넝은 재정이 부실해서 막 넘어가는 중국 리그에서도 꾸준히 본인들의 자리를 지키며 탄탄하게 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팀으로 알고있다. 여튼, 오늘 경기는 초반부터 루넝이 라인 올려서 엄청 압박하길래 중국팀들 아챔에 나와서 하는 것처럼 후반에 퍼져서 지겠네..란 생각으로 봤고, 실제로 2대1까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거기서 펠레가 넣더라;
루넝 미들은 활동성이 많이 떨어져서 시간이 갈수록 공격과 수비의 간격이 벌어졌으나, 경남 선수들이 그 부분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조던 머치가 무쌍찍으면서 사이드로 벌려주고 안전하게 내준 것 말곤 아쉽게도 날카로운 타이밍을 보진 못했다. 하지만 멋진 골을 두 골이나 넣었고, 본인들의 강점을 잘 알게된 경기가 아닐까 한다.
다른 이야기 하나. 펠레가 대단한게 이 친구 지금 3시즌째 중국에서 아무런 말썽없이 활약하고 있다. 돈보고 왔다는 다른 유명 선수들은 거의 말썽부려서 나가는 게 태반인데 그런 측면에선 존경스럽기도 하다.
선수 이야기
1. 조던 머치
사실 경남FC로의 영입 사진만 보면 망할 것 같다라는 의견이 주변에 많았다. 희망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어느정도 동조했던게, 입단 사진에서의 몸매만 보면 문제가 많다. 축 처진 어깨, 살오른 얼굴, 얇아보이는 허벅지까지 밑에 사진만 보면 약간 외국인 관광객 느낌도 난다.
(이런 사진은 성남 일화시절 정수기통 위에 우승 트로피들 얹고 영입한 선수를 찍어서 보도자료용으로 배포하는 그 감성과 동일하다)
여튼, 전 시즌에서는 MLS의 밴쿠버 화이트캡스 소속으로 18경기에 나와서 2골 넣었다 그러고, 그 전 시즌에서도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쉽 합쳐서 13경기 1골 넣었다 그러고..믿을 구석이라곤 아직도 네이버에 존재하는 '카디프 시티, 조던 머치의 선제골!' 이런 영상에 나온 플레이의 반 정도를 보여주는 것 일텐데..현재까진 경남FC의 대들보 그 자체인 느낌이다.
4백 바로 앞에서 공을 잡아서 안전하게 뿌려준다. 사이드로의 롱패스는 가급적 자제하고 펠라이니를 이긴(!!) 몸싸움을 바탕으로 중앙에서 공이 돌 수 있게 세팅을 한다. 간혹 반대로 벌려주는 패스도 보여주는데, 정확하게 받는 선수의 동선에 가져다준다. 다만, 아직 몸이 안올라온건지 부상의 후유증인지, 전력질주를 하는 모습이 보이진 않는다. 그로인해 산둥 루넝과의 경기 초반과 같이 몸집이 큰 중국 선수 2명이 빠르게 압박을 하니 좀 부담스러워 하긴 하던데, 그래도 간수해서 안전하게 다른 선수에게 패스하더라. 부상없이 리그를 잘 치뤘을 때, 어느정도의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2. 네게바
네이마르 친구로 유명한 전 브라질 U20. 뒤져보니까 우승의 주역이라고 하는데, 나는 그것보다 이 친구 커리어가 눈길을 끌었다. 플라멩구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하고, 상파울루에서 뛰고, 그레미우에서 뛰고..지금 말한 팀은 모두 브라질 전국리그 수준의 국가대표들이 즐비한 팀일텐데..어쩌다가 한국까지 왔나..보니까 경남오기전이 약간 꺾였다. 폰테 프레타는 내 기억으론 주 2부리그 정도 위상의 팀이고, 한국에 오거나 브라질로 돌아가는 브라질 외국인 선수들이 종종 가는 팀이다. 거기다가 보니까 소속팀이랑 소송한거 보니 급여문제도 있었던 것 같다.
여튼, 작년부터 경남에서는 '말컹보다 더 중요한 선수'라는 수식어로 종종 축구 커뮤니티에서 평가받기도 했다. 개인적으론 예전 00년대 초반 엄청 유명한 브라질 선수들이 본인 나라의 모라토리움으로 한국까지와서 축구하던 시절정도의 위압감까지는 아니지만 그래도 꽤나 상급의 선수로 여겨진다.
사이드에서 클래식하게 라인을 타고 들어가는 것도, 중앙으로 파고드는 것도 능해보이며, 발기술과 본인 몸을 사용해서 공을 간수하는 것이 크리그에서 1대1로는 쉽게 뺏을 수 없는 느낌이다. 성남과의 경기에서도, 성남이 수비가 약한 최재수를 최오백을 통해 집중 공략하자, 네게바를 최재수 앞에 놓고 시간을 벌게 해주더라. 킥도 좋고, 슛도 좋다. 어나더 레벨임.
(코르치바 소속일때 코린티안스와의 경기인듯, 저렇게 관중많은 리그에서 뛰다가...)
3. 룩
FM충들에겐 유명한 선수였다고 하는데, 나는 그때 안함 ㅋ. 여튼 경남FC 외국인 선수중에서 '얘는 로또 실패 할 거 같다' 느낌 1위의 선수인데, 오늘 경기에서는 의외의 모습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밥 값 이상 했다. 한국 선수보다 몸집이 큰 중국 수비수를 상대로 등을 지고 공을 간수하는 모습은 조금 의외였다. 성남FC와의 경기에서는 그다지 보지 못한 모습이었어서..그리고 이영재에게 내준 그 패스는 이 친구가 꽤 괜찮은 마인드셋을 가진 선수구나..란 느낌을 갖게했다.
하지만, 여전히 뭔가 특출난 모습을 보이진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4. 쿠니모토
J리그 선수가 K리그에 오는 경우는 몇 가지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선수 말년에 오거나, 두 번째는 선수 커리어가 약간 하향세일때 도전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재일교포라서 오는데 얘는 경남FC에 입단할 때부터 실력은 일본 동세대 최고의 재능인데 말썽을 부려 J리그에서는 뛸 프로팀이 없어서 온 선수라는 엉뚱한 꼬리표를 달고 있다. 여튼 멘탈이 별로 안좋은 친구 같은데, 축구는 잘한다.
공을 잡고 있을 때 특히 더 본인의 장점이 드러나는 타입 같다. 마지막 패스가 굉장히 섬세하다. 트래핑이 안좋은 선수가 한국에 많은게 아쉬울 정도. 그리고 나름 활동폭도 가지고 있는 선수더라. 다만, 수비시에는 잘 안보인다.
5. 김승준
울산에서 유명했던 신인이었고, 그 유명세는 리그 전반적으로 떨쳐졌던 선수였던것은 알고있다. 다만 내가 울산 축구는 재미없어서 안본 것 뿐. 영플레이어 수상 레이스에도 있었던 선수고..근데 슛터치가 이렇게 좋은 선수인줄은 몰랐다. 성남전에서의 득점과 오늘 득점 모두 한국 선수중에서 말하자면 국가대표급의 마무리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한동원이라는 선수가 있었다. 그 친구는 키도 작고, 느리고, 몸싸움도 안좋고, 심지어 퍼스트 터치마저 안좋았는데 골문 앞 빈 공간을 보는 감각과 반박자 이상 빠른 슛 타이밍, 그리고 비상한 결정력으로 국가대표까지 승선했고, 성남일화에서 돈도 많이 벌었던 걸로 기억한다. 김승준은 한동원보다 가진게 훨씬 많은 선수같다. 고급진 축구를 하려면 이런 선수가 필요하다.